계란을 삶는 동안에
쉬는 날이다. 아침 댓바람부터 눈이 떠져서 오랜만에 아침 산책을 나갔다. 종합경기장까지 걷고 돌아올 생각이었는데 경기장 안쪽의 트랙을 보니 갑자기 가슴이 들끓어서 냅다 런닝을 시작했다. 트랙을 보면 뛰어야하는 병이 있다. 헤드셋에서는 템포가 느린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뛰는데 왠지 흥이 안나서 힙합 탭으로 들어가 추천 앨범을 틀었다. 듣던 노래보다 더 느린 힙합 음악이 나왔다. 무슨 랩이 이렇게 느리냐. 나도 래퍼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느린 음악들을 들으며 키로당 칠분의 속도로 뛰었다. 이십대 초반에는 키로당 사분대의 속도로 뛸 수 있었고 이십대 후반에는 키로당 오분대의 속도로 뛸 수 있었는데 삼십대가 되니 키로당 육분 후반대로만 뛰어도 숨이 헐떡거린다. 나이는 핑계고 내가 운동을 안해서다. 힘들어서 삼키로만 뛰고 그만 뛰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싸가지 없어 보이는 낙엽을 주웠다. 겨울이 되니 길에는 떨어진 낙엽들이 한가득 있다. 길을 걸으며 낙엽에서 표정을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음악을 오늘의 추천앨범으로 바꿨다. 새소리가 배경으로 흘러나오는 조용한 일본 음악이었다. 이런 음악은 장르가 뭘까. 궁금했지만 어떻게 찾아봐야할지 몰라서 찾다가 말았다. 주머니의 손을 찔러 넣고 걸었다. 공원의 나무 사이로 햇빛이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내 눈은 부셨다 말았다 했다. 공원에는 비둘기가 목을 앞뒤로 움직이며 걷고 있었다. 내가 가까이 가는데도 도망갈 생각도 없이 뭔가를 쪼아먹고있었다. 뭘 먹는 걸까. 쟤네 날 수는 있을까. 백년뒤의 비둘기는 날개가 없어져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인간도 점점 걷지 않는데.. 백년 뒤의 인간에게는 다리가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수선화 아파트가 보였다. 배가 고파졌다. 집에 도착하면 계란을 삶아 먹어얒